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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같은이야기를 다시 한다고 해도 그때그때의 상황이나 장소,청중의성격에 따라 이야기 방식은 달라진다. 현장성 현재성이 중요시되기 때문에 이때의 이야기는이야기하기,즉이야기의 행위에초점이맞추어진다.온라인 게임에 가면 네 번째 조건에 문제가 생긴다. 이야기된 것의 시간성과 이야기 행위 자체에 걸리는 시간성(문학에서는 독서시간,영화에서는 상영시간)의 존재는 사라진다. 한 사람의 육십평생을 그린 소설을 세 시간 만에 읽었을 때 60년과 세시간이란차이가나타난다. 그러나온라인 게임에 바타의시간과 오프라인에서 자신의 시간은 병치해서 흐른다. 즉 아바타의 시간은 그 몫대로 흘러가고 나의 시간은 자연 그대로흘러간다. 아바타의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이중적이라는 개념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이다.결국 디지털 시대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이야기’ 라는 과거의 속성과 일방적인 특성을 지닌 방식보다는 이야기하기란 현재성 상호작용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한국어에서 ‘이야기하기’ 란 개념이 아무래도 생경하므로 이 책에서는 스토리댈링이란 원어를 주로 사용하고 더불어좀더포괄적인개념으로서 ‘이야기’를병행해쓰도록하겠다.이야기와 유사한 명칭은 여러 가지이고, 비슷한 뭇이 있지만조금씩 다르게 쓰인다. 먼저 ‘이야기’ 는 구비전승의의미를 많이 띤다. 즉 구술문화의 소산으로 이야기꾼의 입담과같은성격이강하다.반면 저사는문학의이야기구조라는의미가강하다.인쇄 매체의 영향으로 책은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전달의 도구로 오랜 세월 특권을 누렸으며 그 강력한 매체를 기반으로 하는이야기 장르에 재능 있는 이야기꾼이 대거 몰려들었다. 당연히이야기 구조에 대한 연구는소설의 분석에서 주로나오게 되었고,서사학이란학문적 영역은문학을중심범주로하고있다.‘스토리 (stOI)')’ 는 허구로 구조화되기 전의 전체 줄거리란 의미로서사학자들사이에서 많이 논의되어왔다. 즉기본골격으로 스토리가 있고 이를 플롯(으로 꾸민 것을 담론으로 불렀다. 반면 스토리텔링은 디지럴 매체를 기반으로하는 이야기 장르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다. ‘이야기하기’ , 즉 이야기에 참여하는 현재성 · 현장성을강조한 말이다.그렇다면 ‘놀이’는무엇일까?소팝놀이를생각해보자. 한아이는 엄마 역을,한 아이는 아빠 역을 맡고 각자의 역할에 맞는시나리오를싼다. 아침에 일어나서 엄마는 밥을 짓고 얘맨직장에 나갈 준비를 한다. 즉 여기서 ‘놀이’ 는 ‘내가 참여하여만드는 이야기’ 이다. 디지털 스토리벨링의 대중적 장르인 컴퓨터 게임의 뜻에 ‘게임놀이’ 란 개념이 들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결국놀이는상호작용성을지닌 이야기인 것이다.천재적인 이야기끈 : 빈 라덴과 스토리델링오전 8시 45분, 한국 시간으로 오후 9시 45분경,미국 세계무역센터 북쪽타워에 첫 번째 비행기가충돌했다. 보스턴을출발하여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던 아메리칸 항공 보잉76771가 이륙직후 납치되어 뉴욕 월가 근처의 110층짜리 무역센터 엉뚱이빌딩 북쪽 건물 80층 근방을 들이받은 것이다.18분 뒤인 9시 3분경,이번에는 다른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남쪽 건물로 날아와 중간 부분을 강타했다. 이 비행기 역시 보스턴을 출발해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던 유나이티드 항공 175기였다.당시 2만여 명이 출근해 근무하고 있던 세계무역센터 빌딩은 물론이고 주변 건물에 있던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오면서 맨해튼 중심가는 아비규환으로 변했다.오전 9시 30분,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TV 연설을 통해 “미국에 대한 명백한 테러 공격”이라고 선언했으나 이를 비웃기라도하듯이 수도인 워싱턴에 공격이 이어졌다.오전 940분경, 탄덜레스발 로스앤젤레스행 AA77기가 국방부 헬기장에 충돌하여 건물이 무너져내렸다. 정부는 즉각전국에 비상계엄령과 연방정부기관을 비롯한 공공청사에 전면 소개령을 내렸다. 연방항공국은 미국 전역에 항공기 이륙을금하고국제항공 편은 캐나다에 착륙하도록 지시했다.9시 50분경에 세계무역센터 남쪽 건물이 무너져내렸으며 이어서 10시 30분경에는 북쪽 건물도 붕괴했다. 뉴저지 주 뉴욕발 샌프란시스코행 UA9371는 오전 10시경 피츠버그 남동쪽130미터 지점에 추락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비행기가 미국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 산장을 공격하려 했던 것이라고보도했다.2001년 9월 11 일 CNN을 통해 생중계된 세계무역센터의 참사를 보고 사람들은 경악했다. 인명 피해는 수만 명에 달했고미국인을 비롯한 세계인들은 미국 본토가 함락당하는 듯한 심리적충격을느꼈다.이런 공황상태의 배후에는 빈 라덴의 치밀한 시나리오.7} 있었다. 빈 라덴은 생각했을 것이다. 알카에다와 자신의 존재를세상에 드러내고 미국을 응징하기 위해서 무력으로 미국 본토를공격하는 것은사실상불가능에 가깝다. 큰 힘을들이지 않고미국을웅정할방법은무엇인가?빈 라멘이 생각한 방법은 퍼포먼스(performance)의 연출이었다. 빈 라멘은 공격을 성공시키기 위해 치밀하게 시나리오를짜고수십 번,수백 번에 걸쳐 연습했다. 잘짜인 대본에 피나는 연습으로 이루어진 공연이 방송을 통해 전 세계에 퍼졌을때 세계인들은 엄청난 반향을 보였다. 그것이 슬픔이든 경악이든 기쁨이든 간에 어떤 예술이 이 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을까?빈라멘은스토리댈링의효과를철저히활용한것이다.그런데왜우리는 ‘원수를사랑하라’ 는추상적인말은한귀로흘려들으면서도,자신의 인생을파괴시컸던자벨 경감을용서한 장 발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시울을 적실까?미학자들은 이 부분을 개별성 · 보편성 · 특수성의 개념으로설명한다. 자신의 일상을 세세히 기록했다고 해서 우리의 일기가 베스트셀러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안네 프랑크가 쓴《안네의 일기》는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한 소녀의 천진한 생각과 눈이 나치의 잔인함과대비되어끔찍한억압속에서도인간의숭고함을잃지않는 인물로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안네 프랑크는 특정한용모와직업,가정형편을지닌개별자이지만자유를갈구하며 억압의 부당함을 고발한 보편자로서의 존재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세인은그녀의 이야기에감동을받는다.이 방식은 역사나 과학과 문학, 예술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이다. 역시는 사실을 기록하고, 철학은 개별적인 것에 내포된보편적인 법칙을 추상적으로 제시한다. 그것은 일종의 논리로써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그들에게 지식을 주는 한편 삶의 구체성 속에 있는 진실은 사람들을 감동시킨다.빈 라댄은 추상적인 어조로 미국의 파괴력과 오만함, 폭력을비난하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군사를 일으켜 미국으로 쳐들어가지도 않았다. 다만 몇몇의 암살자를 통원하여 미국을대변히는 상정물을 향해 전쟁을 벌였을 뿐이다. 첫 번째는 미국의 막대한 부를 상정하는 경제 두 번째는 미국의 군사력,그리고 마지막으로미국인들을 차례로 파괴하는 빈 라멘 대본,감독의 이 퍼포먼스는 전 세계를 경악과 분노, 비탄의 도가니로몰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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